이화정
㈜피플엑스 대표, 한국PCO협회 이사

한때 21세기형 신지식서비스 산업이자 국가 신성장의 견인력으로 인정받은 컨벤션산업의 영역 내에는 기획업에 종사하는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있다.

PCO, 이벤트사, DMC, 여행사, AMC, 그외 다양한 Agency 등 각각의 특화된 분야에서 경험, 지식, 아이디어를 발휘하여 MICE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편의를 위해 이 글에서는 이들을 통칭하여 MICE 기획업이라고 하겠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듯이 컨벤션 또는 MICE는 개최 시기의 정점을 향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간 시간과 자원의 집중적 투자를 요구하는 행사다.

언젠가 업계의 한 분이 “산업이 발전하려면 그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그것이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이다” 라는 말씀을 하셨다. 지금 우리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MICE 산업을 차세대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지정하여 여러 가지 지원 증대와 규제 철폐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MICE 행사는 정부 각 부처, 산하 공공기관, 민간단체, 기업 등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거행되고 있어 전체적인 통계 파악이 안 될 정도이며 체계화된 가이드라인이 없이 개별 주최 기관의 인식과 관행에 의해 기획업체의 대행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정부나 공공 기관에서 행사를 발주할 경우에는 장기간 행사 준비에 투입되는 전문인력의 인건비 외 관리비와 기획수수료를 책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입찰 요청서에서는 과업에 비해 터무니 없는 수준의 인건비 또는 수수료를 미리 산정하여 발주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더구나 MICE 산업과 관계가 깊은 주무 기관이나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행사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하여 업계 발전과 산업 확대에 걸림돌이 되어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MICE협회에서는 2009년에 문화관광체육부의 지원 사업으로 ‘국제회의기획업(PCO) 표준요율 작성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이는 2008년도 개최된 국제회의의 사무국 직원들의 실제 업무와 투입시간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로서, 연구진은 아래와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1. 인건비 = 각 업무단계 별 투입인력의 급여 x 투입 개월 수
2. 일반관리비 = 전체 지출 비용 x 3~5%
3. 기획수수료 = 전체 지출 비용 x 8~10%

전담인력으로 책정된 인원 외 현장지원인력, 경영지원인력, 복지비용, 고용비용 등을고려할 때, 기획업체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제외한 일반관리비와 기획수수료를 합한 비율이 전체예산의 22~25%는 되어야 하는 것으로 제시되었다.

기획수수료는 준비기간 중 투입되는 직접 인건비 외 기타 기업의 유지를 위한 간접비와 기업 이윤을 내포하는 것인데 대부분 고객들은 인건비외 기획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며 이 비율을 최저수준의 정액으로 결정하여 발주한다던지, 5% 이하로 삭감하는 깜짝 놀랄 과감성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개별 기업체가 기획수수료를 많이 받고 적게 받는 문제를 떠나서, 이러한 행태는 MICE 기획업 전체의 수익률 저하와 서비스 품질 저하, 고용 불안정 증대, 근무 환경 악화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은 한국 MICE의 최대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우수한 기획인력의 누수로 말미암아 개최 및 유치 능력의 저하와 MICE 산업의 정체를 도래할 것이라고 본다.

아직도 몇몇 정부 기관의 문서에는 PCO 업체의 “영세성” 타파가 MICE 산업 발전의 우선 과제라고 적혀 있는데, 정부에서는 이러한 영세성 타파를 글로벌 기업과의 M&A를 장려해 해소하려는 듯한 움직임이 있어 기가 막힐 노릇이다. MICE 관련 기관에서는 국내 업체의 성장을 지원하기 보다는 글로벌 기업의 국내 진출을 더욱 반기고 있어서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당장 한 해 한 해의 외국인 참가자 증대 숫자로 기관의 실적을 평가 당하는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의문시 된다.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앞장 서서 국내 기획업체의 성장을 지원해야 하고 그 첫 걸음은 표준 기획수수료를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국제회의의 준비를 위해서는 1년 이상 5년까지의 장기간 업무 투입이 필수적이므로 이에 따른 인건비 지급이 전제된다. 주최 측에서는 한번 배정된 대행사의 직원이 행사가 종료될 때 까지 변동이 없기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에 따른 인건비의 지급을 수반하지 않는 이러한 요청은 대행사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MICE 기획업체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주최측(갑)의 고객들이 대체적으로 큰 규모의 회사나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계신 분들이 많은데 PCO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국제회의 대행업무를 단순한 노동으로 생각하실 때 많은 실망감을 얻는다” 라고 한다. ?MICE 기획 준비라는 업무 자체가 워낙 디테일한 업무가 많다 보니, 큰 그림을 그리는 기획은 주최자들이 잡다한 실무와 노동은 대행사 직원이 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대행사 직원의 인건비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낮다는 것이다.

인건비에 있어서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종사자들의 서비스 품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 PCO들의 업무 능력은 전세계 어디에 내놔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끼리 자화자찬 하는 말일 뿐이고, 객관적으로 표준화된 경력별 품질 수준이 없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경력 인증제”나 “1급 자격증” 등의 시행을 통해서 차별화된 실력의 검증과 인증이 선행될 때 이들에 대한 확실한 인건비의 지급과 청구가 뒤따를 수 있다고 본다.

인터넷을 통해 고객들도 모든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요즘, 이벤트 업체를 포함한 MICE 기획업체들은 조만간 지속적인 수익률 하락과 심각한 생존의 위협에 직면할 것이다. 올해 우리 PCO업계에서는 이러한 수수료, 수익률 문제와 관련하여 당국을 상대로 법적 분쟁을 겪은 회사가 있다. 강 건너 남의 문제가 아니고 바로 내일 우리 회사에 닥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